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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엔 끝이없다.^^*/스토리텔링 모음

압각수의 숨결따라

 

2011 경상북도 문화관광해설사

심화교육 스토리텔링

 

 

제 목

 

압각수의 숨결 따라

 

 

 

 

 

소 속 : 영 주 시

 

 

 

제 출 자 : 권 화 자

 

 

 

 

 

 

압각수의 숨결 따라

 

영주시 문화관광해설사 권 화 자

 

선비를 체험하러 온 친구들의 추억 만들기에 도움을 드릴 영주 해설사 권화자입니다.

 

사람이 한을 품으면 곁의 나무도 똑같은 크기의 한을 품는다고 합니다.

더불어, 살던 사람이 죽으면 따라 죽는 나무도 있다는 말 들어 보셨습니까?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의 한이 풀어지면 그들과 더불어 새 삶을 살기 위해 애면글면 되살아나는 나무도 있습니다.

제 한 몸 죽었어도 사라져간 사람들의 억울한 한을 잊지 못하는 까닭이지요.

사람의 마을에서 사람과 나무는 서로 다른 둘이 아닙니다.

사람보다 더 오래 살고, 제 몸 안에 사람보다 더 선명하게 사람살이의 흔적을 아로새기는 나무는 사람과 어우러지는 하나의 생명 공동체인 것입니다.

나무는 거대한 몸 깊숙이 모든 삶을 담아내는 생명의 온 그릇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자락길의 시작지점인 선비촌과 접한 곳으로 순절의 고장 순흥으로 불린 연유를 알 수 있는 금성단과 접하고 있습니다.

금성단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이 나무를 한번 보세요.

 

1100살이나 된 나무라고 합니다만, 그와 비슷한 나이의 다른 나무들에 비하면 아주 젊어 보이지요. 기록에는 없지만, 금성대군이 이곳에서 참화를 당했을 때, 나무도 피해를 봤다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순흥면을 스쳐 지나간 피의 역사를 알알이 기억하고 있는 이 나무는 유독 은행나무의 여러 별명 가운데 잎의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압각수’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이 나무는 200년 넘게 생명 활동을 중단했다가 다시 살아난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나무가 죽음의 늪을 헤치고 되살아나는 신비로운 일은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을 폐위하고 임금 자리에 오른 후 시작되었습니다.

사육신을 중심으로 단종을 임금으로 복위하려 할 때 세조의 동생인 금성대군이 그들을 뒷받침했기에 금성대군은 순흥 지역으로 보내 탱자나무에 가려진 집에 가두고 바깥출입을 금하는 ‘위리안치’의 형벌에 처해집니다.

금성대군은 이곳 순흥부사를 비롯한 순흥 지역민의 힘을 합하여 또 다시 단종복위에 들어가게 되었고 몸종의 밀고로 인하여 미리 알게 된 세조는 순흥 지역을 모반의 땅, 역모지(逆謀地)로 규정하고, 피비린내 나는 숙청의 칼을 휘둘렀습니다.

금성대군을 비롯한 의사들은 물론 순흥 지역민까지도 무차별적으로 참살했을 뿐 아니라 순흥이라는 이름을 더 이상 부르지 못하게 했던 이른바 정축지변인 것입니다.

당시 관헌들은 마을의 상징이며, 금성대군이 머물던 유배지 가까이 서있는 순흥압각수라는 이름의 은행나무에 불을 질렀다고 합니다.

그 즈음 마을에는 이름 없는 한 도사가 남긴 말이 노랫말로 옮겨 불려지고 있었습니다.

“순흥이 망하면 저 거대한 은행나무도 죽을 것이고, 은행나무가 살면 순흥이 회복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도사의 예언대로 순흥이 사라지자 나무는 싹을 틔우지 않고 죽음의 세월로 순흥도 나무도 깊이를 알 수 없는 막막궁산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로부터 226년 뒤 숙종이 즉위하면서 단종이 복위되고, 순흥은 잃었던 ‘순흥도호부’라는 이름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름 없는 도사의 이야기처럼 신비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려 226년을 잎도 피우지 않고 죽음의 시간을 보내던 은행나무가 연초록의 새 잎을 피운 것이지요.

불에 태워지고 찢긴 상처는 여전히 제 몸에 선명하게 남긴 채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 가는 과거의 참화를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압각수는 순흥 곳곳의 지리적 표시를 할 때면 압각수 앞에서 동으로 몇 걸음, 서로 남으로 몇 걸음 위치라고 기록하는 등 방향 표시의 기점이 되기도 했답니다.

나무가 지켜보았던 순흥의 피바람 따라 모반의 세월은 지나갔지만 모질게 살아남은 나무를 스쳐 지나는 바람이 실어 온 향기에 평화와 안녕의 기운이 담긴 건 지당한 일이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순흥 압각수는 천년의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봄기운 오르면 새 잎을 피워낼 것이고 그 잎 새 따라 우리도 희망을 안고 저 희망찬 자락길을 향해서 힘차게 걸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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