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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관련

이젠 나도 문화유산 지킴이

 

 

 

"이젠 나도 문화유산 지킴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부활한 시민문화유산-

 

 

 

  우리의 가까이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적 문화유적지가 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말 없이 우리 곁에 있기에, 이러한 것들이 우리만의 소유인 마냥 오만에 빠져 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마음대로 처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다음 세대에게 전해 주어야 할 것들이다. 눈길을 기울이지 않고, 엉뚱한 오만에 빠져있는 동안 자연유산과 문화유산들이 그 자취를 잃어 가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세태가 만연한 가운데, 개인의 힘으로 보존하기 힘든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조성된 기금으로 보존하고, 그러한 자산을 다시 사람들의 품으로 돌려주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의 손으로 가꾼 문화유산이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1800년대 후반 산업 혁명으로 영국에서는 많은 옛 기념물 및 자연이 파괴되었다. 이에, 변호사 로버트 헌터(Robert Hunter),여류 사회 활동가 옥타비아 힐(Octavia Hill), 목사 캐논 하드윅 론즐리(Conon Hardwicke Rawnsley) 세 사람이 내셔널트러스트를 발족하였다. 이러한 내셔널트러스트의 정식 명칭은 「역사 명승·자연 경승지를 위한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for Places of Historic Interest or Natural Beauty」이고 약칭은 「NT」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한국,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 26개국에서 내셔널트러스트가 활동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내셔널트러스트 방식을 이용한 운동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2000년에는 사단법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설립 되였다. 이를 통해 일반 시민들의 후원으로 강화 매화 마름 군락지, 최순우 옛집, 동강 제장 마을을 각각 '시민자연유산'과 '시민문화유산'으로 선포하는 결실을 맺었다. 2004년 4월에는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발족되었다. (재)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은 모금과 보존 활동을 담당하면서 시민문화유산을 시민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1호에는 최순우 옛집, 2호에 도래마을 옛집, 3호에 권진규 아틀리에가 지정되어 있다. 이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다시 일으킨 한옥과 근현대 건축물이다.

 

 

▲ 시민문화유산 1호 '최순우 옛집'  /  ⓒ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제공

 

시민문화유산 1호인 '최순우 옛집'은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주인이 1925년에 땅을 구입하고 약 7~8년에 걸쳐 지금의 형태로 지은 것으로 건축 연대는 1930년이다. 이 건축물은 경기지방이나 서울의 도시 한옥 주거지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는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바깥채로 건물이 앉은 'ㅁ'자형 민가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집은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보전한 혜곡 최순우 선생의 안목이 깃들어 있고, 서울·경기 지역에 남아있는 근대 한옥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 시민문화유산 1호 '최순우 옛집'의 구조 

/  ⓒ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제공

 

시민문화유산 2호인 '도래마을 옛집'은 전라남도 나주의 전통 마을인 도래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한 1936년에 지어진 근대 한옥이다. 공간 이용에 따라 칸살이를 자유롭게 배열하는 19세기 후반의 한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이곳에는 '도래마을 옛집' 뿐만 아니라 국가지정 문화재, 전라남도 지정 문화재 등 고풍스레 보이는 한옥들이 많다. 도래마을 옛집의 바로 옆집은 전라남도 민속자료로 지정된 홍기응 가옥이다. 이곳을 찾는다면, '도래마을 옛집'과 함께 이웃한 한옥들을 노닐어 보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 시민문화유산 2호 '도래마을 옛집'  /  ⓒ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제공

 

시민문화유산 3호인 '권진규 아틀리에'는 등록문화재 제134호이기도 하다. 이는 테라코타, 거친 작품 등으로 우리나라 근현대 조각사에 발자취를 남긴 권진규 선생이 직접 지은 작업실이다. 선생이 흙 작업을 위해 만든 우물, 굴뚝처럼 솟은 가마와 선반, 책상과 작업대, 작업 도구, 미완성 작품 등이 고스란히 보전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틀리에는 건물과 유품을 보호하기 위해 예약을 통해서만 개방한다. 이곳은 예술가의 일생과 혼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 시민문화유산 3호 '권진규 아틀리에' /  ⓒ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제공

 

이러한 시민문화유산은 개인이나 기업의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 후원으로 보존되고 있다. 보전대상지 및 대상건물을 기증하거나 신탁하는 방법으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과 뜻을 같이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 해피콩'이나 '싸이월드 도토리'로 기부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세계적인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오프라인 공간 못지않게 온라인 공간의 영향력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기부 문화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와 인식이 확대되었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고취 시키고, 지역적·계층적 한계를 뛰어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 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이를 국가가 소유하고 보존해야 하는지, 개인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하는지, 사회가 소유하고 시민 유산화 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념이 존재한다. 개개인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생각과 견해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 모두가 한국의 문화를 사랑하고 자연·문화유산을 보전하려는 뜻을 가진 이들이기에 말이다. 국가의 영역, 개인의 사적영역,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회적 영역이라는 미묘한 '다름'을 극복하고 공통분모를 찾아서 상호 보완하며 상생할 수 있을 때, 후손들은 오늘의 우리를 더 가치 있게 기억해 줄 것이다. 

 

  작은 관심만 있다면 이젠 너도 나도 문화유산 지킴이가 될 수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써 할 수 있는 일들은 충분히 있다. 잠깐 시간을 내어 검색해보라. 그리고 실천해보라. 당신의 의미 있는 실천은 누워있는 문화유산을 일으키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