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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九錫)

 

 

九 錫

형식상으로는 공신에게 내리는 특전이며, 그러나 전한 왕망 이후 선양이라는 미명의 찬탈 전에 국공 작위와 더불어 필수요소가 되었는데 한서에 구석의 특전이 나열되어 있다.

•거마(車馬): 행차할 때 항시 두 대의 수레가 움직이는데 그 중 큰 수레는 제후 본인이 타는 것이고 작은 수레는 무장을 한 호위병사들을 태운다. 그 수레들을 이끄는 짐승들은 검은 소 두 필, 누런 말 여덟 필인데 이것은 황제의 행차에 준하는 격식이다.

•의복(衣服): 곤룡포와 면류관을 착용하고 붉은 색 신발을 신는데 이것은 왕의 예복에 준하는 복식이다.

•악기(樂器): 조정이나 집에서 음곡(音曲)이나 가무(歌舞)를 감상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이것은 황제나 왕의 행사에 준하는 격식이다. 천자 앞에선 팔일무(八佾舞), 왕 앞에서는 육일무(六佾舞)[4]를 추도록 한다.

•주호(朱戶): 거처하는 집 대문과 나무기둥에 붉은색을 칠하도록 하는데 이것 역시 일반 신하들이 사용할 수 없는 천자의 격식이다.

•납폐(納陛): 궁중에서 신발을 신고 전상에 오르내릴 수 있는데 전상에 오르려면 원래 신발을 벗어야 된다.

•호분(虎賁): 천자처럼 늘 곁을 따라다니며 호위하는 3백명 가량의 호분 병사를 사사로이 부릴 수 있다.

•궁시(弓矢): 붉은 활 한 벌, 붉은 화살 백 개, 검은 활 열 벌, 검은 화살 3천개를 하사하는데 언제든지 역적을 마음대로 처단 할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상징이다.

•부월(斧鉞): 왕의 의장행사에 쓰이는 도끼로 역적을 마음대로 토벌해도 좋다는 권한의 상징이다. 다만 여기서 구석의 성격을 깊게 고찰해봐야 하는데, 한자문화권에서 역적이란 왕에게 충성하지 않는 감정을 품는 것을 말하는데 구석을 받은 사람은 의전상 왕과 동격이었다. 즉, 말은 "역적 토벌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한테 충성하지 않는 사람을 맘대로 죽여도 되는 권리인 것.

•거창규찬(秬鬯圭瓚): 거창과 규찬을 본인의 조상 제사에 사용하는데 이것은 천자의 종묘 제사 때 사용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천자의 예를 같이하는 격식이라 웬만큼 큰 공을 세우지 않는다면 감히 생각해 보기도 어려운 특전이지만 의미가 퇴색되면서 실권자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역사상으로는 전한의 왕망, 후한의 조조, 조위의 사마의, 사마소, 서진의 사마륜, 동진의 환현, 유유, 유송의 소도성, 북주의 양견, 남량의 진패선, 북주의 양견, 수의 이연이 하사받은 바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어린 황제를 보좌하는 직위로서 보정대신(輔政大臣)이라는 직위가 마련되었는데 어린 황제가 연달아 즉위한 전한 후기부터는 이 직위가 황제권을 대신하면서 비정상적으로 권력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전한(왕망), 후한(조조), 진(사마의) 등이 모두 이 보정 직위를 맡고 있다가 왕조를 찬탈했다. 되려 미숙한 황제를 위해 분골쇄신한 제갈량 같은 사람은 구석을 받으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구석의 수여에 들어서면 단순히 황제가 보정대신을 신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황제권을 거의 내준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보통 승상, 대장군, 상국 등 최고위 관직을 달거나 공, 왕의 지위에 올라 하사받았는데 구석을 하사받는 것은 찬탈이 가시화될 정도로 피수여자의 권위가 올라갔다고 보면 된다. 이 때문에 삼국지 상에서 조조와 순욱 사이에 구석을 받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진 바 있고 사마의가 구석을 받은 반면 사마소는 아예 구석을 거절하는 척 하면서 황제의 권위를 망가뜨려 버렸다. 이에 앞서 사마사 때 관구검의 난이 일어났고 사마소 때 제갈탄의 난이 일어나지만 모두 참패하고 얼마 안 가 사마소의 아들 사마염이 결국 제위를 찬탈하고 만다.

이와 비슷한 혜택으로는 검리상전(劍履上殿), 입조불추(入朝不趨), 알찬불명(謁讚不名)이 있다. 이 세 가지 특권은 전한의 상국 소하가 처음 받았는데 이 역시 공신이나 보정대신에게 내리는 특전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세월을 거치면서 구석과 더불어 찬탈 직전 실권자의 상징이 되 버렸다. 하지만 당이 멸망하고 각 지방의 실권을 쥐고 있던 절도사들의 세상이 되어 사실상 왕이나 황제를 마음대로 자칭하자 구석은 별 의미가 없어졌다. 결국 북송 조광윤이 후주 공제에게서 선양받은 이후 선양과 함께 구석도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

삼국지 시리즈에서는 보물로 등장한다. 삼국지 7 이후 시리즈부터 자칭이 아닌 황제로부터 공(公)에 임명되면 받게 된다. 그러나 하나 뿐이기 때문에 맨 처음 공에 임명된 사람이 갖게 되며 보물이기 때문에 보물 소유자를 죽이거나 몰수하면 가질 수 있다. 9가지 특전이지만 하나의 보물로 취급되며 능력치 상승이나 특기 부여는 없다. 그냥 감상용으로 조조가 위공에 임명된 217년 이후 시나리오에서는 조조, 조비, 조예 등 위나라 세력이 대를 이어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