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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이야기

눈꽃 길 걷기... 성곽따라 걸으며 호국정신 되새긴다.


남한산성 설경<사진촬영: 여행작가 유연태>
 

위 치 :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등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을 벌이던 삼국시대 당시 백제인들에게 남한산성은 한강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거점이었다.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를 보면 ‘백제 온조왕 13년에 남한산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 등 일부 기록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축성되었다고 한다. 이후 남한산성은 시대가 변해도 늘 중요한 요새 역할을 담당했다. 튼튼한 성벽은 산의 지형을 따라 만리장성처럼 이리저리 휘어지고 굽어지면서 뻗어간다. 성벽 바로 옆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서울시내와 성남시내도 한 눈에 조망된다.
 


 눈오는 성곽
<사진제공: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 유남권>

 

답사 여행지로 삼거나 또는 걷기 여행지로 삼거나, 어떤 목적이던 간에 남한산성을 찾는 이들은 이곳이 병자호란 당시 국란 극복의 마당이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44년의 세월이 흐른 인조 14년(1636), 청 태종은 10만명의 병력으로 조선 땅을 쳐들어왔다. 인조는 강화도 대신 남한산성을 피난처로 정했다. 성 내에 비축된 식량은 불과 50일분. 게다가 혹한까지 겹쳤다. 대신들은 죽음으로 맞서자는 척화파와 화친을 하자는 주화파로 나뉘었고 47일간이나 항전을 했지만 결국 인조는 삼전도로 나아가서 항복을 하고 말았다. 그같은 아픈 역사를 간직한 현장이 바로 남한산성인 것이다.

비운의 역사, 호국의 의지, 국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으며 남한산성 걷기에 나선다. 그 길에 함박눈이라도 내리면 동심의 추억이 살포시 내려앉아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남한산성의 대표적인 탐방 코스로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코스는 남한산성의 중심부에 위치한 산성로터리를 출발, 동문, 서문, 수어장대, 영춘정, 남문을 차례대로 거쳐 다시 산성로터리로 되돌아온다. 총 3.8km 거리에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두 번째 코스는 산성로터리를 출발해서 영월정, 숭렬전을 지나 수어장대까지 올랐다가 서문과 국청사를 지나 원점으로 회귀한다. 총 거리는 2.9km이고 소요 시간은 1시간이다. 다섯 가지 코스 중 가장 짧다.

세 번째 코스는 남한산성역사관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현절사를 기나 벌봉까지 올랐다가 장경사, 망월사, 지수당을 지나 다시 남한산성역사관으로 돌아가는데 총 5.7km에 2시간이 걸린다.

네 번째 코스는 산성로터리에서 걷기를 시작, 남문, 남장대터, 동문, 지수당, 개원사를 들렀다가 출발지인 산성로터리로 돌아간다. 총 3.8km에 1시간 20분이 걸린다.

마지막 다섯 번째 코스는 걷는 거리가 가장 긴 대신 본성의 성곽을 빠짐없이 걸어볼 수 있다. 남한산성역사관에서 시작, 동문, 동장대터, 북문, 서문, 수어장대, 영춘정, 남문, 동문을 모두 만난다. 총 7.7km에 3시간 20∼30분이 소요된다.

한편 자기차량을 가져간 여행자가 짧은 시간에 남한산성 걷기 여행을 즐기고 싶을 경우에는 남문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성벽을 따라 영춘정을 지난 다음 수어장대까지 오르면서 성남시와 서울시 풍경을 감상하고 성 안의 지그재그식 길을 따라 다시 남문으로 되돌아와도 좋다.

어느 코스를 택하건 걷기여행자들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건강을 다지고 역사를 되새기며 사색과 명상을 즐길 수 있어서 뜻깊은 반나절 혹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

걷는 길 중간중간에 만나는 문화유적들도 좋은 길동무들이다. 남한산성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유적은 들자면 수어장대, 일명 서장대를 손꼽을 수 있다. 인조 2년(1624), 지휘와 관측을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동서남북에 4개의 장대가 세워졌다. 그러나 모두 없어지고 유일하게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 바로 수어장대이다.


수어장대로 가는 길
<사진촬영: 여행작가 유연태>
 


수어장대
<사진제공: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 유남권>
 

인조 때의 수어장대는 단층 누각이었으나 영조 때 2층으로 개축됐으며 이때 바깥쪽 편액을 수어장대, 안쪽 편액을 무망루라고 했다. ‘무망루’란 병자호란 때 인조가 겪은 아픔, 볼모로 청나라에 잡혀갔다가 8년만에 돌아온 효종의 비애를 잊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 영조와 정조는 여주의 효종 능을 참배하고 돌아가는 길에 꼭 이곳에 들러 하룻밤을 지내면서 치욕의 역사를 곱씹었다고 한다.

웅장미가 돋보이는 수어장대에서는 날씨가 좋으면 서울, 고양, 양주, 양평, 용인은 물론이고 인천 앞바다의 낙조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이같은 남한산성의 역사를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곳이 남한산성역사관이다. 남한산성의 역사, 구한말 수어장대의 모습, 남한산성에 얽인 여러 스토리텔링 등을 안내 패널로 볼 수 있고 남한산성 모형과 병자호란 당시의 항전 기록화 등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30분, 오후 3시30분 시간에 맞춰가면 문화유산해설사의 자세한 해설도 들을 수 있다.


남한산성역사관
<사진촬영: 여행작가 유연태>
 


남한산성역사관 기록화
<사진촬영: 여행작가 유연태>
 

산성로터리 가까운 곳에는 행궁이 복원되고 있으며 정해진 시간에 제한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행궁이란 임금이 성 밖으로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무는 궁궐을 말한다. 남한산성 행궁은 인조 4년(1626)에 지어졌다. 일제강점기 때 방치되어 허물어졌다가 2010년에 복원하였다.


행궁원경
<사진제공: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 유남권>
 


행궁
<사진제공: 남한산성 문화관광사업단 유남권>
 

남한산성역사관 인근에는 남한산성소주문화원이라는 이색 전시관도 있는데 항전을 벌이던 인조가 남한산성에 받은 마지막 수라상이 매우 인상적이다. 수라상은 닭백숙과 전, 나물, 명란젓 등으로 소박하게 차려져 있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남한산성소주문화원의 전시물
<사진촬영: 여행작가 유연태>
 


남한산성소주문화원의 전시물
<사진촬영: 여행작가 유연태>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음식이었던 효종갱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다. 효종갱은 ‘새벽종이 울릴 때 서울에서 받아먹는 국’이라는 뜻이다. 경기도 광주에서 하루 종일 끓인 해장국이 너무도 맛있어서 서울까지 배달이 되었다고 한다. 양반집 하인들은 효종갱이 식지 않도록 음식이 든 항아리를 솜이불로 싼 다음 서너 시간을 걸어서 양반들의 아침상에 올렸다는 것이다. 효종갱은 쇠갈비, 전복, 해삼, 배추속, 콩나물, 표고버섯 등을 넣고 종일 끓였다.

효종갱이 양반들의 해장국이었다면 일명 ‘뜨끈이’라는 토장국은 서민들의 해장국이었다. 쇠뼈를 우려낸 국물에 된장을 풀고 무를 넣어 오랜 시간 끓이고 파와 양지수육을 첨가해서 먹었으며 조선시대 후기에는 된장 대신 고추장을 넣어 벌겋고 맵게 끓였다. 효종갱과 토장국은 문화원 한 켠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이 문화원에서는 전통주 빚기 체험도 가능한데 예약을 해야 한다. 참살이 탁주 빚기, 전통소주 내리기, 누룩빚기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수 있다. 남한산성소주(경기도 무형문화재 제 13호)는 조선 선조 때부터 진상된 술이라고 한다. 전통주 가운에 유일하게 재래식 엿을 넣고 만들어 향취가 매우 좋을 뿐만 아니라 식욕 증진, 피로 회복, 혈액 순환 등에 좋다고 한다.

전시관에는 소줏고리, 용수 등 각종 전통주 제조 기구가 전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술 담그기 위한 맑고 깨끗한 물 준비, 누룩 성형과 딛기, 고두밥 짓기, 밑술과 덧술 빚기, 발효, 술 거르기, 소주 내리기 등 남한산성소주 만들기의 전 과정이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돼 흥미롭게 전통주 빚는 과정을 눈으로나마 익혀볼 수 있게 했다.

한편 퇴촌면사무소에서 가까운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은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가기에 좋은 곳이다. 경안천은 용인시 용인읍 호리 용해곡 상봉(140m)에서 발원,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와 삼성리 사이에서 팔당호와 만난다. 총 연장 거리는 약 50km 정도이다. 경안천이라는 명칭은 과거의 광주군청 경안리, 지금의 광주시 경안동에서 유래했다. ‘경안’은 ‘서울에서 가깝다’라는 뜻을 지녔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
<사진촬영: 여행작가 유연태>

 

산책로 중간중간에는 ‘갈대습지의 수질정화 원리’, ‘경안천에 살고 있는 곤충’, ‘경안천에 살고 있는 새들’, ‘주요 자생식물’ 등을 주제로 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서 공원 한 바퀴를 걷고 나면 동식물학자가 된 기분이다. 사각형 관찰용 구멍이 뚫린 철새 조망대에는 벤치가 마련돼 잠시 쉬어가기에도 편하다. 경안천 제방으로 올라서면 경안천이 팔당호로 흘러가는 고요한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경안천 하류의 모래톱과 갈대밭은 겨울철 고니의 월동지이다.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광주시청 www.gjcity.go.kr

-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www.ggnhss.or.kr

 

○ 문의전화

- 광주시청 관광예술팀 031-760-2725

-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031-777-7500

- 남한산성소주문화원 031-741-2100-

 

○ 대중교통 정보

<버스>

9번 버스 : 야탑역-모란역-산성역-을지대학교-산성로터리

52번 버스 : 모란역-산성역-산성로터리

15-1번 버스 : 광지원리-산성로터리

 

○ 자가운전 정보

서울 : 천호대교 → 길동 사거리 → 광지원 → 동문 → 산성로터리, 한남대교 → 강남역 사거리 → 헌인릉 입구 → 복정역 → 산성로터리

부산 : 경부고속도로 → 중부고속도로 광주IC → 광지원 → 동문 → 산성로터리

광주 : 호남고속도로 → 경부고속도로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성남IC → 산성역 → 산성로터리

 

○ 숙박정보

비버리힐모텔 : 031-761-4440

알프스여관 : 031-767-1198

밀라노여관 : 031-767-5451

조선파크 : 031-768-8118

스카이모텔 : 031-798-7950

 

○ 식당정보

퇴촌호박골 : 031-767-3305

도장골 : 031-763-7493

흙토담골 : 031-767-2856

시골마당 : 031-765-3578

퇴촌밀면 : 031-767-9280

 

○ 축제 및 행사정보

- 남한산성문화제 : 매년 9월 개최

- 왕실도자기축제 : 매년 4∼5월 개최

- 분원붕어찜축제 : 매년 5월 개최

- 퇴촌토마토축제 : 매년 6월 개최

 

○ 주변 볼거리

무갑산, 앵자봉, 태화산, 백마산, 관산, 무명도공의 비, 엄미리 장승, 맹사성선생 묘, 허난설헌 묘, 신립장군 묘, 신익희선생 생가, 의안대군 묘, 유정리 석불좌상, 극락사 석조지장보살좌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