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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이야기] 사라질 뻔 했던 옛 문화조각의 부활

[박물관 이야기] 사라질 뻔 했던 옛 문화조각의 부활

버려지고 잊혀진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

새 생명은 움트고 새 희망이 자라난다.


 

 

버려지고 잊혀진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

새 생명은 움트고 새 희망이 자라난다.

‘꼭두’의 부활에는 어느 수집가의 집념 어린 땀방울이 배어있다.

40여년의 장막이 걷히고 이제 막 세상에 빛을 쬐러 나온 꼭두의 봄맞이.

 

글 · 사진 이효정




 

친숙한 듯 멀고 먼 존재, 꼭두

 

꼭두가 뭘까.

어감 상으론 왠지 친숙하게만 여겨지는 단어지만 의외로 그 뜻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혹 앙증맞게 생긴 나무인형의 이름이란 정도는 알더라도,

이 나무조각품이 우리의 옛 상례문화에서 사용되던 존재라는 건 생소할 게다.
근대화로 전통 상례문화가 붕괴되면서 오늘날 꼭두가 상례에서 사용되는 예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상여 둘레에 배치되어 망자의 영혼을 위험한 세력으로부터 수호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 바로 꼭두다.
이승과 저승, 현실과 꿈 사이를 오고가며 외로운 영혼에게 한 가닥 빛과 안식처를 제공해주던 존재. 우리 조상들의 애틋한 바람은 이 자그마한 나무조각에 담겨 오랜 시간 우리의 슬픔을 달래주었다.

꼭두가 보이는 다양한 표정과 몸동작에서도 그런 기운을 엿볼 수 있다.
똑같은 형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꼭두의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용과 봉황, 호랑이 같은 동물의 형상을 지닌 것부터 시종이나 악공, 무사 같은 인물 형상 그리고 모란이나 연꽃 같은 식물 형상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도 의미도 다양하다.

다만 현존하는 꼭두는 19세기 후반 이후에 제작된 것들이 대부분이며,

그마저도 꼭두 수집가이던 김옥랑 관장이 아니었다면

진작 사라지고 말았을 안타까운 운명이었다.



 

대학로 문화공간에 둥지를 틀다

 

지난 4월 29일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2층에 개관한 꼭두박물관의 숨결은 아직 따끈따끈하다.

센터 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옥랑 관장이 30년간 정성스레 수집해온 꼭두들을 한 공간에 펼쳐 보이는 순간의 설렌 감회가 여전히 감돈다.

그녀는 아무도 꼭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70년대 초반부터 꼭두의 문화적 가치를 깨닫고 모으기 시작했다.

청계천 골동품 가게에서 볼품없는 푸대에 싸여 구석에 버려지다시피 놓여 있던 꼭두,

그 소외되고 연약한 존재를 발견하고 보듬는 일은 그로부터 지금껏 그녀의 사명이 되어왔다.

꼭두를 수집하는 열정은 전통 꼭두극과 공연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나중에 동숭아트센터를 건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통의 현재적 재창조’라는 센터의 모토는 김옥랑 관장이

 꼭두의 가치를 재발견하면서 터득한 깨달음이었다고 한다.

모두들 앞만 바라보며 새롭고 현대적인 것을 추구할 때,

잠시 뒤돌아보고 소외된 옛것을 들춰보는 일.

그 지난한 수고로움이 언젠가 이렇듯 소중하고 의미 있는 흔적으로 기억되리라는 걸

당시엔 그녀도 몰랐을 것이다.

연극과 영상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동숭아트센터는 꼭두박물관을 신설하면서

유물 전시 공간뿐 아니라 교육의 기회까지 제공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다.

꼭두박물관 수장고에는 2만여 점에 이르는 가지각색의 꼭두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고,

꼭두를 주제로 한 체험 프로그램과 문화상품들도 활발히 운영, 개발되는 중이다.

김 관장은 단순히 유물 수집에 만족하지 않고 유물관리와 인벤토리 작업도 함께 병행한다.

꼭두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한 꼭두문화연구소와도

지속적인 상호 협력을 유지하며 박물관 운영에 시너지 효과를 기하고 있다.

개관을 기념하여 마련한 상설전시실에서는 현재 ‘조선후기 꼭두전’을 진행 중인데,

용과 봉황, 인물상의 범주에 속하는 다양한 상여꼭두들을 배치해 소개한다.

기획전시실에서는 김옥랑 관장이 꼭두와 맺은 특별한 인연을 주제로

‘나의 꼭두 인생 30년’이라는 기획전을 5월 31일까지 개최한다.

한 개인의 역사일 수 있지만 ‘꼭두’라는 이름 아래 이는 우리 전통문화의 역사이기도 할 테다.

꼭두박물관의 체험프로그램으로 유치원 어린이를 위한 ‘꼭두 빛 상자’,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나만의 수호등’, ‘우리가족 소원담기’와 같은 행사도 참여해볼 만하다.

아이들이 오감을 통하여 보다 흥미롭게 유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박물관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온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꼭두 빛 상자’는 어둡고 무서운 저승길로의 과정을 함께하는 꼭두를

‘빛’이라는 개념으로 연결시켜, 죽음은 어둠이 아닌 빛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죽음이 두렵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꼭두라는 존재를 알아가다 보면 죽음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질지 모른다.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라는 것, 삶과 또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것,

더 이상 어둡고 외로운 길이 아니라 이승에서 사랑했던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새 공간으로 떠나는 신비한 길이라는 걸 이해하게 될지도.

길을 안내하는 꼭두의 역할처럼 새롭게 부활된 꼭두의 아름다움과 의미가

우리들의 마음으로 향하는 길에도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tips

 

위치 서울 종로구 동숭동 1-5번지 동숭아트센터 2층.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방식꽃집’과 ‘낙산가든’ 사이길로 약 100m 정도 직진하여 오른쪽으로 오르면 동숭아트센터 내에 자리.

 

관람시간 10시~18시(매주 월요일, 신정, 구정, 추석 당일 휴관).

 

관람료 어른 5천원, 어린이·청소년(만4세~초·중·고) 3천원.

 

문의 02-766-3315 www.kokdumuseum.com

 



이효정 씨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는 여행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