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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엔 끝이없다.^^*/가볼만한 곳

오늘을 산책하고, 과거를 사색하며,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곳 범어사

오늘을 산책하고, 과거를 사색하며,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곳

선찰대본사 금정산 범어사

  

 

 

 

  바쁜 일상, 반복되는 나날, 발 디딜 틈조차 마뜩찮은 도시 생활…….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물질적·시간적·공간적 넉넉함이 필요하다. '빠름'만을 예찬하는 도심 속에서도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우리 곁에 존재한다. 수학여행과 소풍의 장소로 애용되는 사찰이 바로 그 곳이다. 사찰은 종교적 공간을 뛰어 넘어 우리의 많은 문화재와 넓은 자연이 어우러져 있기에 근사한 휴식 공간이 된다. 잠깐 일상의 구속을 벗어나고파, 부산광역시 금정구 청룡동 546번지 '금정산 범어사'를 찾았다.

 

  금정산 범어사'라는 이름은 동국여지승람에서 그 기록을 찾을 수 있다. 동래현 북쪽 20리에 있는 금정산 산마루에는 금빛을 띤 우물이 있다고 한다. 이 우물은 항상 가득 차 있었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속에서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 물고기가 놀았다고 하여 이를 '금샘'이라고 칭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금빛 고기와 황금 우물 그리고 산 이름을 따서 짓게 된 절 이름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 (1) 下馬碑(하마비)- 누구든지 그 앞을 지날 때에는 말에서 내리라는 뜻을 새긴 푯돌

    (2) 일주문에 걸린 현판 - 금정산 범어사

    (3) 천왕문 전경- 삼문 가운데 두번째 문으로서 13단의 높은 석계를 오르는 축대상의 4구의

                         사천왕상을 모신 건물이다.

    (4) 사람들의 소원이 적힌 기왓장

    (5) 대웅전 - 사찰 안에서 가장 중심인 주불전이다.

    (6) 대웅전 아래에 있는 석등

    (7) 7층석탑- 일주문 밖의 이 탑은 근래에 세워진 것으로 인도 스님이 가져온 불사리를

                    봉안하고 있다.

    (8) 일주문 - 이름에서와 같이 기둥 셋이 한 줄로 서서 지붕을 받치고 선 세 칸 건물이다.

    (9) 지장전 - 저승 세계를 상징하는 법당이다.

 

 

이런 신비로운 절의 이름 때문일까? 범어사에 들어서는 순간 별천지에 떨어진 듯한 착각을 하게 했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 밖 또 다른 세상처럼 말이다. 블로그 기자와 함께 유상학씨(부산시문화예술재단 이사장, 49)가 동행하며, 소중한 우리 문화재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데 도움을 주었다.

 

 제일 처음 볼 수 있는 것은 일주문이다. 여느 사찰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겠지만 범어사 일주문은 다포 형식으로 지어져 있으며, 석주로써 지붕을 받치게 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져있다. 잘 살펴보면 연꽃, 연꽃 줄기, 연잎, 연밥을 찾을 수 있다. 이것들은 수행자의 마음, 즉 깨달음을 나타낸다. 진흙탕 속에 살아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세간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마음은 맑고 청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준다. 사람은 괴로워하고 있으며, 이러한 괴로움의 원인은 욕심과 욕망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 건축 속에 내포 되어 있다. 이러한 일주문은 두 가지 마음을 버리고 한 가지 마음만을 가지고 들어오길 요구한다. 선과악, 행복과 불행 등과 같은 상대적 개념과 차별의 마음을 벗어나 일주문을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 범어사의 진입 공간은 히에로파니적 공간 구성의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범어사는 보물 4점, 천연기념물 1점, 문화재자료 14점, 시도유형문화재 18점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주문을 지나고 두 번째 문인 천왕문을 향해 가면서부터, 별천지에서의 보물찾기는 시작된다. 보물 제 250호 범어사 삼층석탑, 시도유형문화재 제 16호 범어사 석등, 천연기념물 제 176호 부산범어사등나무군락, 보물 제 1434호 범어사 대웅전 등을 발견하고 찾는 일은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준다. 그리고 범어사를 거닐다 보면, 신비로움을 또한 느낄 수 있다. 이는 범어사가 건축 조건뿐만 아니라 자연 조건에서 이미 적절한 공간적 히에로파니의 장치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문화재와 자연의 운치를 감상한 후, 유상학씨의 도움으로 범어사 큰스님인 정여 스님을 만났다. 정여 스님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영향력이 큰 범어사의 주지로써의 생각을 전했다.

 

 

 ▲현 범어사 주지 스님인 정여 스님

 

 "문화재요? 허허허. 일연의 삼국유사가 범어사에 있어요. 또 대웅전이나 삼층석탑, 석등 등 보물이 여러 개 있습니다. 윗대에서 만들어진 고귀한 문화 재산을 우리는 보존하고 유존하고 전할 의무가 있어요. 불교문화가 곧 우리의 문화이기 때문에 바르게 인식해야 합니다."

 

  정여 스님은 범어사에 있는 보물과 우리 문화를 소중히 간수하고 또 사람들이 오면 언제라도 개방해서 보겠금 해주고, 우리 문화를 바르게 인식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 범어사에 남은 일재 잔재에 대해 거론하며, 이 부분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범어사에는 일제 잔재라고 하는 것들이 있어요. 삼층 석탑과 대웅전 앞에 심어진 나무이죠. 대웅전 앞에 심어진 나무가 일본 황궁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라는 사실에서 논란이 됩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우리나라 나무가 있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일본 나무가 있기도 하지요. 그런데 무작정 일본 나무이기 때문에 뽑아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일본 금송 같은 경우는 황궁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일본 관광객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그 시대에 일본에서 배를 타고 와서 이 곳에 심긴 사실도 역사가 된 것이지요. 그런 부분을 사실 인식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해요."

 

  치욕스런 역사를 청산하고 지우는 것이 바른 것인지, 그러한 사실을 하나의 역사로 인정하는 것이 바른것인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풀어 나가야할 숙제라고 생각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다가 문화재 정책이나 관리에 있어서의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산성에서 술을 잔뜩 먹고, 범어사쯤 오면 산성에서 마신 술이 취하나 안 취하나, 살면서 우리 문화재를 보면 빛이 바랬나 안 바랬나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단청을 했던데 퇴색이 되는데, 스님들한테 밥 먹고 이런 거 깨끗하게 안 해놓는다고 욕을 막 해요. 그런데 사실 문화재라는 것은 함부로 임의로 손을 대는 게 아니라, 문화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문화재적인 부분에 대해서 국가가 인정하는 기능사가 그것을 문화재청 허락을 받고 하는 것이지 우리가 할 수 없어요. 법이 어떤가 하면, 지붕에 비가 새도 함부로 할 수 없어요. 기와를 우리 마음대로 떼어내면 문화재 훼손행위에요. 그래서 스님들 초창기에는 많이 구속당했어요. 문화재청이 비가 새는 걸 빨리 안 바꾸면 밑에 석가래가 썩고, 건물 전체가 가죠. 그러니까 잘못된 법이 있어요. 긴급 보수가 있어야 하잖아요."

 

  정여 스님은 비합리적인 제도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든 선진국화하기 위해 문화재 예산을 늘리는데, 감축하고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부분은 바르게 이어 나가야 하는 것이지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지속성을 강조 하였다.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시며 말을 아끼시는 모습도 보이셨다.  

 

 

스님과의 대화가 끝난 후, 범어사의 여정을 마무리 하였다. 범어사에는 대웅전과 같은 전각뿐만 아니라 천 삼백년 동안 이어져온 경관들이 있다. 그곳에 모든 것에는 조상들의 혼이 어려 있다. 문화재와 함께 자연 경관이 어우러져 있는 범어사와 같은 장소를 조금만 더 사람들이 가까이 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러한 곳들이 현대인에게 활력을 주는 새로운 장이 되지 않을까. 옛 풍수와 멋을 읽을 수 있는 곳을 산책하고, 과거를 사색하며,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곳! 이것이야 말로 오늘날 우리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