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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엔 끝이없다.^^*/한국사 이야기

하늘에서 소를 타고 내려오시는 부처님

하늘에서 소를 타고 내려오시는 부처님 [정진희]

 

다가오는 2009년은 己丑年 소의 해이다. 소는 십이지로는 丑이라 하며 주역의 팔괘로는 艮方(동북방)을 나타낸다. 대지를 밝힐 태양이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먼 곳에서 숨어 있는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를 축시라 하며 자시에 하늘이 축시에는 땅이 인시에는 사람이 깨어난다 하니 축시는 자시에 잉태된 양기의 기운이 완전하게 성숙하여 싹이 돋는 모습을 의미한다 하겠다.
소는 道家에서는 悠悠自適, 儒家에서는 義를 상징했지만 佛家에서는 ‘인간의 본래 자리’를 의미했다. 따라서 불가에서 수행을 통해 본성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尋牛圖라는 그림도 이러한 소의 의미 때문에 그려진 것이기도 하다. 선사들도 이러한 소를 수행의 채찍으로 삼아 왔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은 호를 ‘소를 기르는 사람’을 뜻하는 牧牛子는 참다운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을 의미하니, 불법을 닦는 수행자의 참다운 모습을 잘 나타낸 것이라 여기어 진다.
힌두교에서는 소를 ‘옴’이라 하는데 신이 인간에게 덕을 베풀기 위해서 ‘소를 타고 온다’는 뜻이라 하는데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다. 이처럼 덕을 베풀기 위해 소를 타고 내려오는 부처님의 그림이 熾盛光如來降臨圖이다. 치성광여래는 북쪽 밤하늘을 비추고 있는 북극성을 佛格으로 승화시켜 나타낸 것으로 모든 별자리의 축이 되는 북극성처럼 절대불변의 진리, 우주의 중심을 상징하기도 한다. 북극성은 밤하늘의 중심에 있으면서 다른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축으로 하여 그 주변을 돌고 있기 때문에 모든 별을 통제하는 帝星으로 여겨져 왔고 天下의 흥망을 관영하고 온갖 상서롭지 못한 일과 사악한 기운을 멀리하고 長生을 보장하는 힘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져 왔다. 금륜불정치성광여래가 원래 佛名으로 우리에게는 칠성불화의 주존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부처님이다. 치성광여래는 몸 전체의 毛孔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그 빛으로 모든 중생을 교화시킨다고 하며 모든 재난도 어둠을 빛으로 밝히는 것처럼 치성광여래의 빛에 의해 사라진다고 믿었다.
현재 우리나라 最古의 작품으로는 미국 보스톤 미술관소장 14세기 고려시대의 치성광여래강림도이다. 이 그림은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치성광여래와 諸星宿들을 그린 것으로 金輪을 가지고 연화대좌 위에 앉아 있는 치성광여래를 태운 수레를 한 마리의 소가 묵묵히 끌고 가고 있다.

“공중에 떠노는 별이 우연히 범했는데, 세상의 눈들이 무단히 이를 변괴라 하네.
만일 재앙으로 된 것이라면, 주력(呪力)을 인연하여 쓰러지리니. 임금님 수산은 천 년 푸름을 더 겹치고, 천신의 공이는 한 알 금단을 새로 찧네. 치성광 빛 속에 서기가 어렸으니, 설 앞에 봄빛이 벌써 삼한에 가득하네.”

이 글은 동문선에 실린 김구(金坵)(1211~1278)의 소재도량 음찬시로 이처럼 고려시대에는 밤하늘의 별에 이변이 보이면 소재도량이라는 법회를 마련하여 재앙을 가져다주는 별자리들이 제자리를 찾아 재난이 없도록 하는 법회를 열었는데 그 도량의 主神으로 모신 부처님이 치성광여래였다.


치성광여래 강림도는 9세기 돈황에서 발견된 비단에 그려진 그림이 가장 오래된 것인데 그림 중앙에는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있는 치성광여래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의 모습이 의인화되어 묘사되어 있다. 하늘의 별을 그린 그림은 천문도라 하여 이 그림 이전부터 있어 왔으나 불화로서 자연현상인 별을 의인화하여 묘사한 것은 치성광여래강림도가 처음이다. 사료에 따르면 소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치성광여래에 대한 관념은 우리나라에서는 늦어도 후삼국시대에는 중국에서 전래되어져 왔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후로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오면서 초기의 별과 관련된 천재지변을 다스리는 의미를 떠나 인간의 생로병사에 관련하여 개인의 수많은 염원을 들어주는 부처님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탐(貪)·진(瞋)·치(痴) 삼독(三毒)의 번뇌를 겪어내야 하고, 오온(五蘊)으로 비롯되는 고통을 참고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 국토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이 없으므로 자연히 중생들인 우리는 이 사이에서 참고 살아야 한다. 이렇게 일체가 생각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인내하면서 살지 않으면 안되는 세계가 사바세계이다.
수레를 끄는 소의 멍에는 인간의 운명의 속박이며 짐은 사람이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가야할 業이라 할 수 있다. 尋牛圖에서 잃어버린 소를 찾는 동자가 소를 찾은 뒤 피리를 불면서 돌아오는 것도 오염된 마음 때문에 잃어버린 소와 같은 참 성품을 찾아 기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 된다.


▶ 문화재청 김포국제공항 문화재감정관실 정진희 감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