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학기말 시험을 치를때였으니
아마도 7월 즈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 난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동생에게서 편지가 한통 날아왔다.
내용인즉은...
"누나 나 몸이 좀 안좋은것 같은데
지난해 앓았던 늑막염이 재발한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데
집에 알릴려니 아버지 걱정 하실것 같아서 누나에게만 알리는거야..."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바로 계획을 세웠다.
같은 직장을 다니는 친한 친구중에
동생이 서울대 물리교육과에 다니고 있기에 함께 서울행에 오르기로...
그런데 이 친구 향숙이의 동생은 과대로서
대모에 참석할까봐 염려를 해서 부모와 함께 서울대를 다녀온 적이 있는 그런친구였었다.
그렇게 완벽한 계획아래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고서
즐거운 여행 기분으로 두 동생만나러 가는 스물네살 동갑네기...
걱정 어린 맘도 숨어 있었지만 가슴이 설레임도 없진 않았다.
그렇게 가던 중 영등포 역을 지날때
내 친구가 저 멀리 보이는 산을 보고서는 한마디 던진다.
향숙 : " 야~~ 저기 보이는 산이 서울대 뒷산같다"
나 : " 이 바보야 무슨소리 하는거야 여긴 아직 영등포인데 서울대 뒷산이라니 말도 안된다"
향숙 : " 아니.... 서울대 뒷산 이라는게 아니고 서울대 뒷산도 저렇게 생긴 돌산이더라"
나 : " 그래 그럴수는 있겠다... 인정해 주끄마...."
그렇게 서울 가본넘과 안 가본넘들의 싸움에서
서울대 가본적 없는 내가 당당히 이겼다...ㅎㅎㅎㅎ
그런 우여곡절끝에 서울역에 도착을 했고
서울역에서 지리도 잘 모르니 택시를 타자는 향숙이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묵살하고
나 : " 여기서 서울대가 얼마나 먼데 학교 근처까지 버스타고 가서
그 다음에 택시를 타야되는거야"
향숙 : " 그래 맞다 일단은 서울대가는 버스를 타자"
그리하여 서울대로 가는 그때 95번 차를 탔었고 서울대 정문앞에서 내린 우리들은
우린 역시 똑똑함을 외치며 택시에 올라 기숙사까지 도착을 했는데...
두 동생 모두가 시험기간이라 도서관에 있어서 오늘은 만날수 없고
내일아침 8시경이 되어야만 기숙사로 온다는 것이다.
우린 다시 학교를 빠져나와 택시에 올라
" 아저씨 여기서 제일 가까운 여관으로 델따주이소"하고선
최초로 여관방 구경을 해 보았고 아침일찍 서둘러 학교 기숙사 앞에 당도해 있었다.
내 동생은 몸이 아프다하니 먼저 만나자고 하면서 라동 기숙사 앞에서 기다리는데
8시가 넘어서고 30분즈음 지나니 건장한 학생들이 몰려 오는데
저 많은 무리 속에서 어찌 내 동생을 찾을꼬...하는 맘에
낭패스런 얼굴을 하고 서 있는데
그중 어린아이같이 해 맑은 미소를 띄며 다가오는 한명이 있었고
향숙이는 "야~~ 초등학생 같은 얼라가 와 일루오노?"란다...
그 많은 무리 속에서 너무도 엣된 모습으로 다가왔다.
난 그렇게 동생을 만났는데 향숙이의 동생은 기숙사에 잠깐 들어오는 그 시간을 놓쳐서 만나지 못하고
내 동생편에 소식과 흔적만 전달을하고
잠시 시간을 내여 병원가서 엑스레이 촬영결과
아무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고 시내쪽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하는데
차편을 물으니 앞장서서 안내를 하는데
55번인가 하는 차를 타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반대인듯 했다.
그러나 그 안내자가 누군가?
서울대생이 이쪽에서 55번을 타면 강남 터미널로 간다는데....
그런데 가면 갈수록 번화는 커녕 점점더 산동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종점까지 와서야 반대 방향에서 탔다는 안내를 받고
한참을 웃고 서울생활 5개월 뭐 했냐며 핀잔을 주니
학교와 기숙사, 그리고 종숙부가 계시는 제기동 가는 차편 외에는 아는게 없다나... 뭐래나...
다시 바꿔타고 강남 터미널까지 와서 쇼핑도 하고
맛있게 점심도 먹고 버스 제데로 못타도 서울대는 갈수 잇다는 결론을 남기고
그렇게 헤어져 우리는 대구로 그는 학교로 들어갔다.
그때 내가 조금 성숙했거나 생각이 깊었었다면 피 검사 하나쯤은 할수도 있었을텐데...
(그후 학년말 시험때 다시 몸에 이상 증세가 왔는데 신장염이었다.
그렇게 고생을 심히 해야만 했었고 일년의 휴학끝에 다시 복학을 했었다.
그 여름에 몸이 안좋았던것도 신장염의 시초였던걸 우리 둘 모두 생각도 못했던 것이었다)
......................
날씨가 많이 추워지니 가끔씩 내동생 해 맑은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래도 이곳에 와서 늘 볼수 있음에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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