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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 '숭례문 현판' 고유제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 '숭례문 현판' 고유제

 

 

 띠루룽-♬

 

  “형, 요즘도 자전거타고 출퇴근 하는 거야?”

  “응, 요즘 좀 덥긴한데 그래도 탈만해ㅋㅋ”

  숭례문 화재 최초 목격자이자 학교선배인 재승이형숭례문이 다시 본래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 그날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숭례문을 바라보겠노라던 숭례문과의 약속을 17개월째 지키고 있다. 

 

 

작년 2월, 나 역시 숭례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아쉽고 미안한 마음에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던 기억이 선명한데 벌써 1년하고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굳게 닫힌 문과 높은 담장 넘어에 숨어있는 숭례문은 어떤 모습일까? 또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한 마음에 숭례문 주변을 기웃거려 봐도 복원현장은 8월 15일은 되어야 공개된다고 그 전에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단다.

하지만 숭례문에 앞서 우리 곁에 돌아온  '그것' 이 있다고 하여 냉큼 만나보고 왔다.

 

 

 

 

 화재 당시, 화마가 붉은 혓바닥을 날름 거리며 현판을 향해 다가오자 소방관들은 현판을 구하기 위해 급히 숭례문에서 현판을 떼어냈다.

  그러나 상상 이상으로 현판은 무거웠고 결국 10여m 아래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말았다.

 

  “현판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가슴도 무너졌다.”

 

    화재로 부터 숭례문 현판 구한 박성규 소방관의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38조각으로 조각조각 깨어진 현판이 1년 5개월에 걸친 복원 끝에 되살아나 지난 토요일(7월4일) 고유제(告由祭)와 함께 공개되었다.

  고유제는 중대한 일을 치른 뒤 그 내용을 사당이나 천지신명에 고하는 제사를 말한다.

 

 나라의 대문인 숭례문의 현판이 본 모습을 찾은 것을 천지신명에게 알리는 이번 공개행사는 숭례문 앞에 차려진 제단에서 진행되었다.

  

 

좌측으로 새롭게 복원된 현판, 우측으로 이번 복원에서 부재를 강조한 현판의 모형 앞으로 여느 제사상과는 조금 다른 제물들이 올려져 있었다. 가열되지 않은 음식들이 올라와 있는 것이다.

고유제를 보는 것이 처음인지라, 생경한 모습에 제사상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둘러보던 차에 현재까지 숭례문 현판의 복원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으로 시작되었다.

 

 

먼저 화재 직후 현판의 수습부터 복원까지 과정을 안내한 후, 피해현황과 보존처리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현판은 추락의 충격으로 테두리목 및 일부 부재의 파손이 있었고 부재와 부재사이의 이격이 발생했으며 바닥판 등 부분적인 유실이 있었다.

현판 본체 및 15점의 파편과 5점의 철물을 수습하여 X-선, 적외선 골고루 쬐어주며 못의 위치 형태 개수를 파악하였고, 적외선 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묵서 및 낙관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6종류의 안료를 확인했고 현판의 재질이 비교적 구하기 수월한 소나무인 것도 확인하였다.

 

 숭례문과 마찬가지로 현판 역시 기존의 부재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복원이 진행되었다.

 측면을 보면 두껍게 칠해진 단청 아래로 많은 부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현판을 확연히 볼 수 있다.  

복원에 사용된 소나무 역시 숭례문 복원을 위해 기증 받은 소나무 중에 훌륭한 나무들 중에 선택되었다고 한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분석은 완료했고,

 

              복원전 현판                         지덕사 탁본                      복원된 현판 

 

원서체를 찾기 위해 양녕대군의 사당인 지덕사에 소장된 숭례문 현판 탁본자료와 일제 강점기 때 촬영된 유리건판사진, 복원 전 현판의 글자를 비교분석한 결과 지덕사 탁본이 원래의 서체로 밝혀냈다.  

붉은 동그라미 안쪽을 유의해서 보면 복원 전과 복원 후 현판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숭례문 현판은 숭례문과 함께 600년의 시간을 지나면서 이미 여러번 보수를 통해 처음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던 것을 원안에 가깝게 복원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고유제.  

 

 

 의복을 갖춘 제관이 등장하며 고유제의 시작을 알렸다. 

 

 

제관들이 예를 갖추어 숭례문 현판을 복원하였음을 천지신명께 알리기 위해 천지신명을 모시었고 

 

 

 천지신명께 놋쇠로 만든 술잔 가득 술을 올려 제사는 절정으로 이어졌다.

 

 

끝으로 숭례문 화재부터 현판을 복원하기까지 있었던 일을 천지신명께 아뢰며,

앞으로 다시 이 같은 일이 없기를 기원하는 축원을 읽으며 고유제는 막을 내렸다.

 

고유제가 끝나고, 

 

 

이건무 문화재청장님께서 이제 복격적으로 시작될 숭례문이 예전 그 당당한 그 모습으로 국민의 곁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전병헌 민주당 국회의원님은 현정권들어 불거진 여러 문제로 분열된 사회가 숭례문 현판 복원을 계기로 통합되기를 기원하는 인사말을 남겼다.

 

 

 

 숭례문 현판이 복원되었음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1/4 사이즈 현판 모형 탁본행사에도 이건무 문화재청장님과 전병헌 국회의원님이 참여하셨다. 

 

 

 평생 학자로 살아오신 분이셔서 그런지 아직 언론의 관심이 익숙치 않으신지 다소 긴장하신 모습으로

인터뷰를 마치셨다.

 

인터뷰를 끝으로 고유제는 끝이나고 드디어 시민들에게 현판이 공개되었다.

 

 

숭례문 복원현장 입구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말갛게 씻은 얼굴로 쌩글거리는 것 같은 현판을 보기 위해길다란 줄을 서서 기다리고 계셨고,

 

 

화재를 사랑하는 분들 답게 질서정연하게 입장하셔서 관람하셨다.

 

시민들과 함께 지난날의 기억은 잠시 접어두고, 높게 둘러진 벽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숭례문을 두고

혹자는 벽으로 둘러싸여 아늑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올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현판은 2008년 7월 7일부터 8월  16일(일)까지 경복궁 안 국립고궁박물관 2층 중앙홀에서 특별 전시된다.

숭례문은 2012년에 복원이 완료될 예정이며, 오는 8월 15일에 중간 공개가 있다고 하니 한번쯤 들러보는 것이 어떨까?

 

 

 

 

▲ 문화재청 대학생 블로그기자단 신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