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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엔 끝이없다.^^*/아는것이 힘

창을넘는 사람 도둑일까?

길을 걷다 우연히 어떤 사람이 창을 넘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1번. 열쇠를 잃어버린 집 주인님.

2번.  ‘양상군자’ 도둑님.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2번을 고르지 않을까?

그런데 한옥 답사를 다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도둑님이 되어버리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한번쯤은 겪어봤을지도 모른다. 난 분명히 문으로 들어갔는데 거기가 문이 아니라고?? 이제부터 언제나 당당하게 문으로만 들어갈 수 있도록 한옥에서 문과 창을 구분하는 법을 알아보자.

 

 

문? 창? 호?

 

문이란 일반적으로 어떤 건물에 출입을 목적으로 설치한 시설물을 말하고, 창이란 방안에 빛과 공기를 받아들이고 또 안에서도 아름다운 밖의 풍광을 살피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물이다. 영어권에서는 문을 ‘door’로 창을 ‘window’라고 용어 뿐만 아니라 외형적으로도 명확하게 구분짓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전통건축에서는 ‘문’, ‘호’, ‘창’으로 구분된다. '창'은 지금의 기능과 특별하게 다른 것이 없지만 문과 호는 둘 다 출입에 필요한 시설물이면서도 서로 구별이 된다. 이 둘을 설명한 책으로 중국의 육서정온(六書精蘊)이란 책에 의하면 "호는 방(室)의 출입에 필요한 시설물이고 문은 집(堂)의 출입에 필요한 시설물이다. 또 안에 있는 것을 호라고 하고 밖에 있는 것을 문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쉽게 생각하자면 우리가 흔히 대문이라고 부른 것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문'이고, 방문이라고 부른 것을 '호'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 집(堂)의 출입에 필요한 개구부 시설인 문 - 구례 곡전재 대문채

 

 

이제 '호'를 찾아 방으로 들어가면 되겠는데 한국 통건축에서는 '창호'라해서 창과 호를 합쳐서 하나의 건축 요소로 사용하는데에서 창과 호를 헷갈린게 된다. 이들 창호는 수십 종류가 있어서 쉽게 구분되어 사용되는 것도 있지만 창과 문으로 혼용되는 것도 많다. 더구나 겉으로 보아서는 모양이 똑같아서 구분하기에 더욱 어렵다.

 

어떻게 창과 호를 구별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달려있는 위치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 방법은 누구나 알겠지만 벽에서 위쪽으로 달려있어 넘어가기 어려운 것은 창이고 아래쪽으로 달려있어 쉽게 넘어서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호이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는 넘어갈 만한 위치에 달려있는데 호가 아닌 경우가 있다. 이곳을 넘어다니는 것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인 것이다.

 

다음 그림 중 하나는 호이고 하는 창이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 경남 함양 개평마을

 

찾았는가? 바로 아랫부분의 '머름'이라고 하는 것의 존재다. 일반적으로 이 머름의 유무로 겉모습으로는 같아보이는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다. 머름은 원래 방의 아랫 중방에 방풍()을 하기 위하여 설치된 높은 문지방이다. 머름은 출입을 위한 출입구에는 설치하지 않는다. 즉 머름이 설치되어 있으면 '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창의 기능을 설명할 때도 말했듯이 창은 방안에서 밖을 내다볼 때에는 필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 머름이 이용되는데, 머름이 설치되는 높이는 주인이 안에서 밖을 내다볼 때에는 거기에 팔을 얹져서 감상하기에 딱 좋은 높이(30-45cm)로 되어 있다. 또한 방안에 사람이 누워있을 때 그 모습이 밖에서는 충분히 가려지는 그런 높이이기도 하다.

 

 

▶ 머름의 구조 -사진출처  김왕직,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

 

지금까지 창과 호를 구분하는 법을 알아보았다. 앞으로 방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도둑으로 오해사지 않도록 '호'로 들어가 떳떳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

      

 

                                                          ▲ 문화재청 대학생 블로그 기자단 윤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