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겨울 하루는 길을 가다가
날은 저물고 하룻밤 묶고 갈 요량으로 찾아간 집이 마침 서당이라
그는 훈장(訓長) 에게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지만
남루한 그의 행색(行色)을 보고 야박(野迫)하게 일언지하(一言之下)거절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그는 다음과 같은 시를 써서 서당벽에 부치고 그 서당을 떠났다.
서당내조지( 書堂乃早知 사당을 일찍 알았으니)
방존개존물( 房中皆尊物)방안에는 모두 존귀한 물건들이라)
생도제미십(生徒諸未十 생도는 통털어 열명도 안되는데)
선생내불알( 先生來不謁 선생이 와도 인사마져 없구나)
그후 훈장은 이 시의 숨은 뜻을 뒤늦게 알고
노발대발(怒發大發)분해서 펄펄 뛰였지만
김삿갓은 이미 그 서당을 나와 유유히 사라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