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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모니터/공감정책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그녀들 뒤를따라 ‘새일센터’ 가보니
[서민정책 현장] 평범한 주부의 일자리 구하기

 

 

홍익대 미대에서 판화를 전공한 최경희(40) 씨. 대학 졸업 이듬해 바로 결혼한 그는 얼마 전만 해도 초등학생 1명, 중학생 2명을 자녀로 둔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결혼 생활 15년 동안 틈틈이 해온 개인레슨 경력이 전부인 최 씨는 최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 강서구 소재 한 초등학교에 ‘특기적성 미술교사’로 취업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와 인연을 맺은 지 두 달만의 일이었다.  

새일센터는 출산이나 육아, 가사 부담 등으로 사회생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여성부와 노동부가 지정해 운영하는 ‘맞춤형 취업지원기관’이다.

집단상담 프로그램 ‘희망 스타트, 경력의 닻을 올려라! V.3’ 참가자들이 종로 새일센터 이상인 취업지원팀 실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종로 새일센터>
집단상담 프로그램 ‘희망 스타트, 경력의 닻을 올려라! V.3’ 참가자들이 종로 새일센터 이상인 취업지원팀 실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종로 새일센터>
 
“둘째 아이 학부모 모임에 나갔는데 최근 새일센터에서 컴퓨터 교육 받고 취업하신 분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됐어요. 이 나이 되도록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 없어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법도 몰랐거든요. 지금 아니면 앞으로 다신 일할 기회가 없을 거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갔는데…. 참 큰 도움을 받았어요. 내가 누구인지, 내 장점이 뭔지 어필하는 법도 알게 됐고, 무엇보다 도전하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최 씨는 특히 집단상담 프로그램인 ‘희망 스타트, 경력의 닻을 올려라! V.3(이하 희망 스타트)’를 ‘강추’ 했다. 각양각색의 나이, 경험, 배경을 지닌 동기들과 대화하면서 이제까지 모르던 다양한 여성의 삶을 배웠기 때문이란다. 이들은 ‘너무 늦은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느낄 때마다 ‘무슨 소리냐’며 용기를 준 멘토이자 친구들이다. 최 씨는 ‘희망 스타트’를 통해 동기내 ‘반장’ 활동을 할 정도로 밝고 적극적인 본래 성격을 되찾게 됐다고도 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종로 새일센터에서 한 직업상담원이 여성구직자와 취업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종로 새일센터에서 한 직업상담원이 여성구직자와 취업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원래 적성과 성격이 어땠는지 잊은 채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아온 15년 동안 많이 위축돼 있었어요. 자아상실감도 심각한 상태였죠. 센터 상담원 선생님께서 상담기간 동안 이런 제 마음을 다독여주셨어요. ‘잘 할 수 있다’고 용기 주시고, 격려해주시고….”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도 최 씨에겐 큰 공부였다. 취업현장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게 됐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도 생겼다.  

“개인 미술학원을 개업하는 건 경제적 부담이 컸고, 문화센터 강사도 조건이 까다로워서 선뜻 시작하지 못했었거든요. 방과후학교 특기적성 교사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일단 학교라는 환경이 마음에 들고 선생님들이 존중해주시고, 아이들도 열심히 해서 보람이 커요.”

최 씨 상담을 맡았던 종로 새일센터 최희정 상담원은 “센터에서 배운 구직방법을 총동원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고 구직공고가 나올 때마다 발 빠르게 지원하는 등 열심을 내더니 결국 본인이 원하던 곳에 취업해 기쁘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여성부와 노동부는 지난 2월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를 새일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여성부와 노동부는 지난 2월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를 새일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최 씨는 경력단절 여성과 전업주부들에게 “혼자서만 끙끙대지 말고 용기를 내 센터 문을 두드려보라”고 권한다. 센터에서 제공하는 실질적인 구직정보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고 자신감도 생긴다는 걸 체험했기 때문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양질의 교육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은 만족스럽지 않아도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세요. 그 다음 단계에선 틀림없이 더 큰 보람을 느끼시게 될 거예요.”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는 지난 2월 새일센터로 지정돼 상담·취업정보·실무교육 등 종합서비스를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 여성들의 직업능력 개발과 구직활동을 돕고 있다.

종로 새일센터 이상인 취업지원팀 실장.
종로 새일센터 이상인 취업지원팀 실장.
이상인 취업지원팀 실장은 “2년 전 소규모로 시작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희망 스타트’가 이번 새일센터 지정과 함께 탄력을 받게 됐다”면서 “작년 수료 인원이 220명 정도였는데 올 들어 상반기에만 지난해의 2배 인원이 참가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예산문제로 시행이 어려웠던 △여성친화기업인증제 △워킹맘 자녀 양육지원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복지지원’도 새일센터 지정 후 가능해졌고, 취업설계사가 마트나 백화점·구청 등을 직접 방문해 취업 상담과 알선, 사후관리까지 해주는 ‘찾아가는 구직자 상담서비스’도 시작하게 됐다.

종로 새일센터는 현재 도봉동에 위치한 모 마트와 ‘찾아가는 구직상담 서비스’ 협약을 맺고 있다. 사내방송이나 배너 공지 등을 통해 상담·알선 시간을 홍보했더니 시간에 맞춰 많은 여성 구직자들이 찾아와 취업설계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이 실장은 “취업도 중요하지만 취업 후 유지도 중요하다”면서 “이번 금융위기 때 정리 해고된 대다수 인원이 여성 아니었나. 이것이 새일센터에서 취업준비 뿐 아니라 직장 적응도를 높이기 위한 훈련을 병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영남 종로 새일센터 관장은 “아직은 시작단계”라며 “지방의 경우 새일센터 지정 이후에도 전문직업상담원 등 인적자원 확보가 어렵다는 얘길 들었다. 이번 새일센터 사업을 통해 지방에도 경력단절 여성 취업지원을 위한 인프라와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돼 실제 여성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 자리잡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출산이나 육아, 가사 부담 등으로 직장을 그만 둔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재취업 전문 지원기관. 여성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구직상담 △직업교육훈련 △직장 적응을 위한 인턴 취업 △취업 후 사후관리 등 종합취업지원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여성부·노동부 지정 기관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6월 경력단절 여성과 전업주부들이 재취업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경력이 단절된 중장년 여성이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 일하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적으로 새일센터 72개소를 선정했으며 주부인턴제 등을 통해 주부들의 재취업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2월 50곳이 먼저 운영을 시작했고 이달에 22곳이 추가로 문을 연다. 새일센터가 채용하는 주부인턴도 기존 1000명에서 3880명으로 늘고, 찾아가는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업설계사도 110명이 추가로 채용된다.

이번에 추가 지정된 새일센터는 서울 5곳, 전북 3곳, 경기·경남·부산 2곳, 인천·충남·충북·광주·전남·대구·경북·제주 1곳 등 총 22곳이다.

한편 여성부는 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이 아이 걱정 없이 직업훈련과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총 700명의 여성에게 아이돌보미, 방과 후 지도 등 양육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지원 대상은 새일센터 등에서 직업훈련을 받거나 구직활동 중인 여성이다. 하루 5시간, 시간당 5000원 범위 내에서 최대 4개월까지 지원되며 추가 서비스는 본인 부담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 등록일 : 2009.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