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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유/마음의 글

우직한 소

 

우직한 소

사람들은 나를 참 온순한 동물로 여깁니다.
엄마 배속에서 나와 젖 떨어지기 바쁘게 사람들은 내 코에다 구멍을 뚫어버립니다.
살점이 찢어지는 아픔을 참으면서도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도 했습니다.
공부하는 주인 자식 대신 팔려가더라도 어떤 고약한 주인을 만날지 따지지 않습니다.
정육점 주인을 위해 팔려 가더라도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죽기까지 했습니다.

밭을 갈 때 풀도 뜯어 먹지 못하게 입마개를 씌워도 불평도 하지 않았습니다.
멍에 때문에 목덜미에 굳은 살이 박혀도 무거운 짐이 실린 마차도 끌어주었습니다.

하지만 나도 고집은 있습니다.
나를 물 가에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내게 강제로 물을 먹이지 못합니다.
다만 도살장의 못된 사람들이 묶인 채로 강제로 물을 먹일 때는
배터지는 고통을 견딜 수밖에 없었지만......

사람들은 주변 여건이 전부 자기들 마음대로 되는 줄 아는 것 같습니다.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자기 생각만 하는 모습이 가련합니다.
내가 힘들어도 주인을 위해 참아내 듯 남을 위해서 서로 도울 것은 많을 텐데......

우직하지만 나도 때로는 고집이 있듯이 사람들이야 저마다 왜 개성이 없겠습니까?
참 좋은 주인이 내게 좋은 풀을 먹여주듯 미련한 것 같지만 착한 분들의 입장을
사람들은 왜 존중해 주는 아량이 없을까요.
우직한 사람만이 갖고 있는 개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라면
사람들의 겨울은 한결 따뜻해 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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