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에는 임금의 용상 뒤에 “일월오봉병(日月五峰屛)”이
있습니다. 조선의 임금은 반드시 “일월오봉병”에 앞에 앉았던 것이지요. 멀리 행차를
할 때도, 죽어서 관 속에 누워도, 심지어 초상화 뒤에도 ‘오봉병’은 놓였습니다. 그림의
오른편에 붉은 해, 왼편에는 하얀 달이 동시에 떠 있는데 그것은 음양을 상징합니다.
거기에 다섯 봉우리도 있는데 이는 오행(五行)입니다. 음양과 오행은 우주의 조화를
뜻합니다.
또 만물 가운데 가장 신령하고 도덕적인 존재가 사람이며, 그 많은 사람 가운데 덕이
가장 커서 드높은 존재가 임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임금은 날마다 ‘오봉병’ 앞에 앉아
경건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의 정사를 돌봅니다. 그러면 하늘(天) 땅(地) 사람(人)의
삼재(三才) 즉, 우주를 이루는 세 바탕이 갖추어진다고 여긴 것입니다